빨간 옷과 모자, 곱슬머리에 길고 풍성한 턱수염, 커다란 선물 보따리를 어깨에 메고 이 집 저 집 굴뚝을 넘나드는 유쾌한 할아버지, 산타클로스.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 전날 밤 설레며 기다리던 존재.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깨어나고 싶지 않은 환상으로 남은 주인공. 하지만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산타클로스의 이미지가 1931년 코카-콜라 광고를 통해 처음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는, 코카-콜라는 알고 있는 산타클로스의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산타의 초기 모습은 요정, 주교, 전쟁 지휘관? 

우리가 알고 있는 유쾌하고 따뜻한 이미지와 달리, 산타클로스는 나라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생트 헤르(Sanct Herr), 페레 노엘(Pere Noel), 크리스 크링글(Kris Kringle)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었을 뿐 아니라, 키가 크고 수척한 남자, 어딘가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요정, 노르웨이 사냥꾼이 입는 가죽을 두른 주교 등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19세기 만화가 토마스 나스트(Thomas Nast)는 ‘하퍼스 위클리(Harper’s Weekly)’라는 잡지에 황갈색 외투를 입고 남북전쟁에서 북군을 지원하는 작은 요정의 모습으로 산타클로스를 그리기도 했다. 이후 외투의 색상은 오늘날의 빨간색으로 바뀌었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온화하고 친절한 산타 할아버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늘날처럼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다니는 산타클로스가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95년 전인 1822년 즈음이었다. 뉴욕에서 활동하던 신학자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Clement Clarke Moore)가 발표한 시 ‘성 니콜라스의 방문 (A Visit From St. Nocholas)’에서 여덟 마리의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크리스마스이브에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러 다니는 산타클로스가 묘사되었던 것이다.

 

겨울에 코카-콜라를 마시는 산타클로스가 등장하다

1920년대 당시 사람들은 코카-콜라를 더울 때 마시는 음료라고 생각했다. 이런 통념을 깨고 코카-콜라는 “겨울에도 상쾌하게 마실 수 있는 있는 음료”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겨울의 상징 ‘산타클로스’였다. 이렇게 해서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The Saturday Evening Post)’ 등의 잡지에 코카-콜라를 마시는 산타클로스 광고가 등장하게 된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토마스 나스트가 그렸던 것처럼 산타클로스는 무척이나 엄격한 모습을 띄고 있었다.

이후 1930년에는 프레드 미젠(Fred Mizen)이라는 화가가 그린 백화점과 잡지 게재용 광고에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탄산음료 판매점을 배경으로 수많은 군중에 둘러싸여 코카-콜라를 마시는 산타클로스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지금 알고 있는 유쾌하고 상냥한 산타의 모습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군중 속에서 코카-콜라를 마시고 있는 산타클로스 (1930)


코카-콜라 덕분에 옆집 할아버지가 된 산타

1931년, 코카-콜라는 미국의 화가이자 광고 일러스트레이터였던 해든 선드블롬(Haddon Sundblom)에게 좀 더 현실적이면서 상징적이고 긍정적인 산타클로스를 그려 줄 것을 의뢰했다. 선드블롬은 앞서 언급한 클라크 무어의 시, ‘성 니콜라스의 방문’에서 영감을 얻어 유쾌하고 따뜻하고 친근하면서도 약간은 통통한 산타클로스의 모습을 그려냈다. 덕분에 1931년부터 1964년까지 선드블롬이 그린 산타는 전설 속 인물처럼 종교적인 진지함과 엄숙함이 깃든 모습이 아니라 아이들의 편지를 읽고 장난감을 배달해주는 인자하고 유쾌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러 왔다가 냉장고 문을 열어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키거나, 아이들의 우유와 과자를 장난스럽게 뺏어 먹는 친구 같은 할아버지의 모습도 보여준다. 당시 선드블롬이 그렸던 유화 원본은 잡지와  상점 등의 광고뿐 아니라, 포스터, 달력, 봉제 인형 등으로도 만들어졌고 오늘날까지도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선드블롬은 1964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새로운 산타클로스를 그리지 않았지만 그 뒤로도 코카-콜라 광고에는 선드블롬의 작품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가 활용되었다. 선드블롬의 오리지널 작품들은 세계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아 파리 루브르 박물관, 토론토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시카고 과학 산업 박물관, 도쿄 이세탄 백화점, 스톡홀름 NK 백화점 등 전 세계 도시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애틀랜타에 위치한 코카-콜라 박물관 ‘월드 오브 코카-콜라(www.worldofcoca-cola.com)’에서도 오리지널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다. 

장난감에 둘러싸인 산타클로스가 코카-콜라와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1936)

선물을 주러 왔다가 목이 말랐던 산타클로스. 냉장고에서 코카-콜라를 마시려다 들키자, 깜짝 놀라고 있다. (1959)

선물을 몰래 놓고 나오는 순간, 자신을 보고 짖으려는 애완견을 조용히 시키고 있다. (1961)

 

산타는 사실 ‘은퇴한 세일즈맨’이었다!

클라크 무어의 시 속에서 온화한 산타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찾아낸 선드블롬은 자신의 친구 로우 프렌티스(Lou Prentiss)를 모델로 삼아, 이미지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었다. 은퇴한 세일즈맨이었던 프렌티스는 온화하고 인자한 인상에 웃을 때마다 기분 좋게 패이는 주름까지, 선드블롬이 상상하던 산타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프렌티스가 사망한 뒤에는 선드블롬 스스로 산타클로스 모델이 되어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프렌티스를 대신할 모델을 찾아다니던 중, 한 친구가 선드블롬이 프렌티스와 많이 닮았다고 귀띔을 해 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산타와 함께 코카-콜라 광고에 등장하는 아이들도 실제 인물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그려졌다. 광고에 등장하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사실 이웃에 살고 있는 두 명의 여자아이가 모델이었다. 1964년 작품에 등장하는 검정 강아지 역시 원래는 이웃집의 회색 푸들이었다고 한다. 

선드블롬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모델로 삼아 그린 산타클로스 (1951)

선드블롬이 이웃집 아이들과 강아지를 모델로 그린 그림 (1964)


산타의 친구는 ‘스프라이트(sprite)’?

1942년 코카-콜라 광고에는 산타클로스의 단짝 친구인 ‘스프라이트 보이’가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했다. 스프라이트 보이는 1940년대에서 50년대에 걸쳐 코카-콜라 광고에 등장했는데, 이름 탓에 코카-콜라사의 또 다른 음료인 ‘스프라이트’ 홍보용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냐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스프라이트 보이’는 단순히 캐릭터가 ‘요정(Sprite)’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일 뿐, 스프라이트 음료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실제 스프라이트 음료는 스프라이트 보이가 등장했던 시기보다 훨씬 이후인 1960년대에 출시되었다. 스프라이트 보이가 등장하는 그림 역시 수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수많은 미군들이 전쟁터에 나가던 당시, 산타클로스와 스프라이트 보이는 코카-콜라 광고를 통해 군대에 경의를 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1944)

크리스마스 시즌, 코카-콜라 광고에 등장한 산타클로스와 스프라이트 보이 (1949)


코카-콜라에 의해 재창조된 산타클로스는 이제 코카-콜라만의 산타클로스가 아니라, ‘세계인의 산타클로스’로 자리 잡으며 크리스마스의 대표적인 상징이 되었다. 코카-콜라 산타클로스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엄숙한 성직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유쾌하고 따뜻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포근하게 달래주고, 꿈과 희망을 선물했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코카-콜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