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이 다가왔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100일 앞둔 지난 11월 1일, 그리스에서 김연아 선수를 비롯한 성화 인수단과 함께 성화가 한국에 도착했다. 내년 2월 9일 올림픽 개막까지 101일 동안 전국 각지를 돌며, 올림픽의 열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할 주인공 ‘성화’는 올림픽 대회의 중요한 상징이자, 주자들이 성화봉을 들고뛰는 성화봉송 릴레이는 올림픽의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다. 하지만 성화가 무엇인지, 성화봉송 릴레이는 왜 하는 것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뭐든 알고 봐야 더 재미있는 법! 저니 에디터가 성화봉을 취재한 인터뷰를 최초 공개한다.

 

Q. 그리스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피곤하지 않았나요? 

괜찮습니다. 전세기를 타고 와서 편하게 왔어요. 특히 이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대한민국 최초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자 88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이잖아요. 피곤하기는커녕 오래간만에 찾은 한국이고, 또 남다른 의미가 있는 올림픽인 만큼 설레고 기대가 커요.

 

Q. 성화가 안전 램프에 담겨 이코노미석으로 온 게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하. 화제가 될 만큼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슬로건이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Let Everyone Shine)’이잖아요. 올림픽은 전 국민이 즐기는 스포츠 이벤트이고요. 그래서 특별 대우를 받기보다는 이코노미석을 타고 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뿐이에요.

 

Q. 그런데 왜 매번 그리스에서 시작되는 건가요?

올림픽 발상지가 그리스이기 때문이에요. 기원전 776년, 그리스 올림피아(Olympia)에서 열린 첫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성화를 시작했는데, 전쟁이 빈번하던 시기였지만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동안은 평화가 지속됐어요. 덕분에 운동선수들은 안전하게 경기를 치렀고, 팬들도 편안하게 즐기면서 선수들을 응원할 수 있었죠. 이런 ‘화합과 평화’의 올림픽 정신을 계승하자는 의미로 고대 올림픽 경기의 발상지인 그리스에서 성화를 채화하는 거예요. 이번에는 10월 24일에 올림피아에서 성화가 채화되었고, 일주일 간 그리스 전역을 돈 다음 10월 31일 아테네에서 평창올림픽 성화 인수단과 만나 여기까지 왔어요.

 

Q. 앞으로의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요?

11월 1일부터 101일 동안 7,500명의 주자들이 저와 함께 전국 17개 시도, 2018km를 돌 예정이에요. 그리고 올림픽 개회식이 열리는 내년 2월 9일 올림픽 경기장에 입성해 마지막 성화봉송 주자가 성화대 점화를 끝내면, 저와 함께한 101일간의 여정이 마무리됩니다. 성화대로 옮겨진 성화는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불타오르며, 올림픽을 응원하고요. 한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101일간의 성화봉송 기간 동안 매일 저녁 각 시·군 별로 열리는 지역 축하 행사인데요. 공연도 하고, 즐길 거리가 많으니 여러분이 살고 계신 지역에서 성화봉송 릴레이가 진행된다면 놓치지 말고 신나게 즐겨보세요. 정확한 스케줄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첫째 날 코카-콜라 성화봉송 릴레이에 참여했던 무한도전팀과 수지를 찍기 위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Q. 101일 동안 쉬지 않고 달리면 무리가 있을 것 같은데, 휴가가 있나요? 

아, 물론 101일 동안 내내 뛰는 것은 무리에요. 주 7일 근무하는 건 너무 가혹하잖아요. 다행히, 14주 동안 13일의 휴무가 주어져요. 주 1회 정도 쉬는 셈인데요. 2018km의 긴 여정을 뛰는 만큼 틈틈이 체력 보충도 해야죠. 제 휴무까지 스케줄에 다 기록해놨으니까, 확인하시고 허탕치는 날이 없길 바랍니다!

 

Q. 성화대에 점화를 할 마지막 주자가 누군지 무척 궁금한데요.

그건 비밀이에요. 마지막 봉송 구간을 달리는 주자는 그 나라의 가장 의미 있는 인물이 선정되는데요. 누가 뛸지 예상해보고, 지켜보는 것도 이번 성화봉송 릴레이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벌써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돌고 있지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없네요. 하하. 끝까지 관심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 마지막 주자가 누가 될지 친구들과 내기해보는 것도 재밌겠네요. 

 

Q. 101일, 7,500명, 2018km 등의 숫자에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101은 완성된 숫자 100에 새로운 지평을 연다는 의미의 1일을 더해 101일입니다. 7,500명은 한반도 평화의 의미를 담아 남·북한 인구 7500만 명을 상징하는 숫자로 선발했고요. 2018km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염원을 담고 있어요.

 

Q. 7,500명의 주자들은 어떻게 선정됐나요?

올림픽 메달리스트나 정치인, 연예인 등 특별한 사람이 주자로 뛰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을 포함하여 누구나  성화봉송 주자로 뛸 수 있어요. 올해 3월부터 코카-콜라를 비롯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공식 파트너들이 주자들을 모집, 선발해왔는데요. 주자로 뛰는 한 분 한 분 모두 스토리가 있고, 꿈이 있는 분들이에요. 101일 동안 그분들을 지켜보면서 응원을 보내주시면 더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이번 올림픽 성화봉송 슬로건이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Let Everyone Shine)’인 만큼 뛰는 사람, 응원하는 사람 모두가 하나 되어 즐기는 여정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Q. 그런데 실례지만 몸무게가…?

앗, 그런 질문은 정말 실례 아닌가요? (웃음)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들고뛰기에 버거운 무게는 아니니까요. 1.3kg입니다. 가볍…죠?

 

Q. 지금까지 수많은 올림픽을 거쳤는데, 기억에 남는 주자가 있나요?

흠… 한 사람만 꼽기에는 인상적인 사람들이 너무 많기는 해요. 지금 떠오르는 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만났던 벤 폭스(Ben Fox)라는 친구예요. 벤은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휠체어 농구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멋진 친구였어요. 벤은 한 손에는 저를, 다른 한 손에는 목발을 짚고 친구들과 가족, 그리고 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뛰었죠. 역경과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벤의 모습은 함께 한 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었어요. 후에 코카-콜라와의 인터뷰에서 “그날은 제 인생 최고의 날이었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봤는데, 괜히 제가 뿌듯해지더라고요. 벤에게도,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하루가 되었을 거예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많은 주자들이 릴레이를 통해 꿈과 희망, 용기를 전해주었으면 좋겠어요.

Ben Fox Coca-Cola Future Flame Torch Relay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한 벤 폭스(Ben Fox)의 모습

 

Q. 바다에서도, 우주에서도 성화봉송이 진행된 적이 있죠? 가능한 일인지, 또 힘들지는 않았는지 궁금해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잠수부가 봉송을 하는 해저 봉송이 진행됐고, 2014 소치 올림픽 때는 국제우주정거장 밖 우주 공간에서 진행됐어요. 고생 많이 했죠. (웃음) 생전 처음 가보는 바다고, 우주니까요. 그래도 돌이켜보니 추억이고, 즐거움인 것 같아요. 정말 가슴 설레는 짜릿한 경험이기도 했고요. 특히 물속에서 어떻게 성화봉송이 가능하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특수 방수 옷을 입어서 가능했어요. 물속 용접과 마찬가지로 순간적으로 강한 기체를 내뿜어 공간을 만든 다음, 그 공간에서 불길을 태우는 원리에요. 기술의 발전이 정말 놀랍죠?

바다와 우주에서 진행됐던 짜릿한 성화봉송의 순간!

사실 이렇게 다양한 봉송 수단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근대 올림픽 기원 100주년이 되던 해인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부터였어요. 코카-콜라의 단독 후원으로 역대 가장 도전적인 성화봉송 이벤트를 진행했었죠. 제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라고나 할까요?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도보는 물론 휠체어, 자전거, 승마, 카누, 증기선, 기차, 헬리콥터 등 다양한 운송수단이 활용됐어요. 이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역시 거북선, 해상 케이블카, 로봇, 짚와이어, 해양 레일바이크, 요트 등 다양한 이색 수단이 등장할 예정이니까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Q. ‘꺼지지 않는 불꽃’이라고 하는데, 정말인가요? 올겨울 날씨도 만만치 않을 텐데, 만에 하나 꺼지게 되면 어떻게 되죠?

일단 강풍과 폭설 등 악조건에서도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몸을 만들었어요. 제 자랑 같지만, 이래 봬도 몸이 좀 탄탄하거든요. 그래도 말씀하셨듯이 항상 ‘만에 하나’라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지금까지 수많은 올림픽을 거쳐왔지만, 소화기로 성화를 꺼뜨리려는 사람부터 물을 끼얹는 사람까지 상상초월의 사태가 벌어지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렇게 불가피하게 꺼지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3단계 안전장치와 대기 불꽃이 있어, 쉽게 재점화를 할 수 있어요. (맞아요. 저, 뜨거운 사람(?)이에요.) 주자들 뒤에는 불꽃을 담은 차가 뒤따라 다니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Q. 올림픽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이번에 새롭게 갈아입은 옷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번 작업에는 한국 산업 디자이너 1세대인 김영세 디자이너가 함께 해주셨어요. 한국 전통 백자에서 모티브를 얻은 유려한 선과 동계올림픽을 표현하는 흰색 디자인의 옷을 입혀주셨는데요. 지금까지 입은 것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에요. 사람들이 다 물어봐요. 어디서 맞췄냐고.(^^)

 

Q. 코카-콜라와의 인연도 소개해주세요. 

코카-콜라는 제 ‘베프(베스트 프렌드)’에요. 오랜 친구이자, 의지를 많이 하는 친구죠. 코카-콜라는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 때부터 90여 년간 올림픽을 후원해온 오래된 올림픽 파트너사이기도 하잖아요. 그때부터 친구는 아니었고 그냥 서로 얼굴만 알고, 인사만 하는 정도였어요. 그러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성화봉송을 함께 하게 되면서 많이 친해지게 됐어요. 잊지 못할 재미있는 추억들도 많이 만들었고요. 이 이야기보따리를 풀려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걸요?

 

Q.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죠! 괜히 제가 다 뿌듯하네요. 

언제 우리가 이런 사이가 됐는지… 이젠 제 옆에 없으면 안 되는 가족 같은 존재에요. 성화봉송 주자 선발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책임지고 챙겨주잖아요. 또 성화봉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그 길을 따라 주요 도시에서 코카-콜라 캐러밴(Caravan)을 운영하면서 라이브 공연을 진행하기도 하고, 음료와 응원 도구를 제공하는 등 올림픽의 짜릿하고 즐거운 순간을 나누고 있는데요. 친구 잘 둔 덕분에 저도 성화봉송 기간 내내 더 힘을 받는 것 같아요. 정말 같이 있으면 힘이 나고 즐겁고, 행복해지는 친구예요. 2014 소치, 2016 리우 올림픽 당시 영상을 보시면, 이번에도 얼마나 활기차고 즐거운 여정이 펼쳐질지 상상해보실 수 있을 거예요. (올해도 잘 부탁한다, 친구야!)

 

Q. 평창 동계올림픽, 이제 시작입니다. 마지막 한마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88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찾아온 세계인의 축제이자 대한민국의 올림픽이잖아요. 많이 참여하셔서 평생 기억에 남는 좋은 추억들을 남기셨으면 좋겠어요. 저와 제 친구 코카-콜라가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준비했으니, 즐겁고 짜릿하게 즐길 마음과 체력만 챙겨오세요. 나머지는 저희가 다 책임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