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2월, 제65회 아카데미 시상식 TV 방송을 통해 처음 공개된 ‘언제나 코카-콜라(Always Coca-Cola)’ 광고는 공개 직후 전 세계 팬들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얻으며 인기를 누렸다. 마치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생생하며 사랑스러운 흰색 ‘북극곰(폴라베어)’들의 등장 때문이었다. 북극곰들이 한가로이 모여 북극 하늘에 펼쳐지는 오로라를 보며 다 함께 코카-콜라를 마시는 장면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을 수 없는 하나의 장면으로 남았다.

23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코카-콜라의 마스코트로 남아 있는 북극곰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이 광고가 코카-콜라 최고의 광고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캘리포니아 베벌리 힐스(Beverly Hills)에서 북극곰의 창시자이자 광고 제작자인 켄 스튜어트(Ken Stewart)를 저니가 직접 만났다. 

1993년 ‘언제나 코카-콜라(Always Coca-Cola)’ 광고 캠페인을 통해 데뷔한 북극곰



Q. 북극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었나요?

제 집에 있는 반려견 ‘모건’(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에게서 얻었습니다. 1992년 어느 날 LA에 있는 사무실에서 코카-콜라의 차세대 광고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답답해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모건이 제 방으로 뛰어들어왔어요. 그 순간 아이디어가 번쩍하고 떠올랐죠. 저는 평소 모건이 북극곰을 닮았다고 생각해서 ‘북극곰 강아지’나 ‘아기 북극곰’이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그때 북극곰이야말로 코카-콜라의 시원하고 신선한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최고의 마스코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극곰과 코카-콜라를 멋지게 연결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스튜어트는 북극곰의 영감을 떠올리게 해준 반려견 ‘모건’을 종종 ‘북극곰 강아지’로 사랑스럽게 불렀다.



Q. 광고를 만들 때, 컨셉과 스토리는 어떻게 구상했나요?

20세기 최고의 스포츠 광고라 불리는 ‘민 조 그린(Mean Joe Greene)’ 광고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경기를 마친 뒤 땀을 흘리며 들어오는 미식축구 영웅 ‘민 조 그린’에게 코카-콜라를 건네는 소년과 그 소년에게 자신의 셔츠를 건네는 민 조 그린의 이야기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했고, 따뜻하면서도 감동적이었습니다. 덕분에 1979년 TV 광고가 공개되자마자 엄청난 호평을 얻었죠.

저는 다시 한 번 그런 감동을 재현해보고 싶었습니다. 만약 제가 모건에게 느끼는 감정을 광고로 잘 표현할 수 있다면 ‘제2의 민 조 그린’ 광고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다만  북극곰이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가 고민이었습니다. 저는 주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서 코카-콜라를 마시는데요, 북극곰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면, 북극에서 오로라를 보면서 코카-콜라를 마시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웃음)

오로라(Northern Lights)를 보며 차가운 코카-콜라를 즐기는 북극곰의 모습 (1993년 첫 광고)

 

Q. 당시로서는 ‘혁신’이라고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주목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코카-콜라의 모든 것은 혁신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만화보다는 좀 더 생생하고 진짜 같은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선택했고, 그 분야의 전문 회사로 알려진 ‘리듬&휴즈(Rhythm&Hues)’를 찾아가 제 아이디어를 얘기해주었죠. 그랬더니 곰곰이 생각한 끝에  “북극곰의 털을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당시로서는) 마법 같은 답변을 했습니다! 저는 너무 놀라서 “바람이 불 때 북극곰의 털이 나부끼는 모습도 생생하게 현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고, 그들은 “그렇다”고 대답했죠! 컴퓨터와 그래픽 기술이 완전하지 못했던 1990년대 초반의 상황을 떠올리면, 그런 생생함을 표현한다는 건 획기적이면서 동시에 도전적인 작업이었습니다.

 

Q. 힘들거나 어려웠던 상황은요?

작업 초반의 과정은 마치 달에 탐사선을 보내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달에 도착할 수 있다고 믿고는 있지만 막상 그곳으로 출발도 하기 전에 발사대에서부터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30초 광고 영상 하나를 만들기 위해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일러스트레이터, 곰을 입체화하는 조각가,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애니메이터 등 16명이 4개월 동안 밤낮없이 일해야 했는데 정말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이었다는 사실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북극곰 광고를 그린 스토리보드 시안

스케치를 바탕으로 조각가가 3D 점토 모형을 만들면, 애니메이터가 움직이는 컴퓨터그래픽으로 나타낸다.



Q. 광고에서 북극곰들의 대사가 없는데 어떤 의도가 있나요?

북극곰에게만 주목하기보다는 북극곰과 오로라와 북극이라는 환경을 통해 사람들에게 신비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북극곰의 세계는 사람들의 상상에 맡긴 거죠. 광고 영상이 대화로 채워졌다면 사람들이 더 이상 상상하지 않았을 거예요. 사운드도 음성 대신 음향효과만 사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이었던 당시의 광고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멋있는 장면들과 이런저런 사운드로 가득 찬 것들이 많았는데 제게는 그런 광고들이 어수선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겐 코카-콜라가 시도한 광고의 형식이나 내용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겁니다. 눈 위를 걷는 뽀드득 소리, 그리고 무언가 포효하는 소리와 함께 광고가 시작되는데요. 보는 사람들은 처음엔 그 정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어요. 잠시 후에야 그 소리의 주인공이 북극곰임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아주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신비로운 세계로 안내되는 것이죠.

 

Q. 광고 작업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요?

저는 예나 지금이나 ‘더하는 것’ 보다 ‘덜어내는 것’ 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하면, 오히려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코카-콜라 북극곰 영상도 많은 것을 담아내려는 욕심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이 조종 당하거나 설득 당한다는 느낌 없이 순수하게 영상을 즐기고, 코카-콜라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 코카-콜라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어떤 ‘느낌’에 가깝듯이 말이죠. 만약 제게 이 모든 과정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저는 그때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입니다.

 

Q. 북극곰 목소리의 주인공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목소리 출연을 하게 되었나요?

맞아요. 제가 바로 TV 광고 속 북극곰 목소리의 주인공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어요. 당시 영상을 만들면서 곰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찾아다녔지만, 마땅한 게 없어 고민에 빠졌어요. 안 되겠다 싶어 제가 원하는 소리를 제 목소리로 직접 녹음해,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인 지 알려주려고 했어요. 그런데 웬걸! 사람들은 제 목소리를 듣자마자 “괜찮네! 그냥 이걸로 합시다”라고 하더군요. 하하. 정말 재미있는 일화죠?

 

Q. 최초로 공개된 북극곰 광고는 정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뉴욕에서의 기자 브리핑에서 박수갈채를 받았는데, 그때 기분은 어땠나요?

저는 당시 LA에 있었는데, 오전 6시 30분쯤 동료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는 완전히 흥분한 상태로 뉴욕 타임스 신문의 비즈니스 섹션을 당장 펼쳐보라고 소리쳤어요. 그래서 신문을 보니, 그 섹션의 1면에 북극곰이 실려 있었어요. 한참 동안 전화기를 들고, 서로 웃으며 기뻐했습니다. 30초 영상을 만드는데 4개월 남짓한 시간이 걸렸고, 긴 인내의 시간 끝에 결국 성공시켰으니 그 기쁨과 성취감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죠.

"북극곰 광고를 제작한 것은 제 생애 최고의 경험이에요."

 

Q. 그때 이후로 꾸준히 북극곰 광고를 제작하셨죠. 첫 광고가 워낙 성공적이었던 만큼, 다음 편을 제작할 때 부담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1993년 2월 첫 광고가 런칭되고 그 해 12월까지 세 개의 광고를 더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고 난 뒤, 저는 북극곰의 세계를 확장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쌍둥이 아기 곰이 크리스마스트리를 언덕 위로 밀어 올리는 모습이라든가, 1994년에는 경주용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릴리함메르 동계 올림픽(Lillehammer Winter Olympics)’ 광고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1996년 북극곰과 함께 아기 물개를 등장시킨 광고가 기억에 남습니다. 물개는 북극곰의 사냥 대상으로, 둘은 적대적인 관계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북극곰과 물개가 코카-콜라를 통해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아기 물개를 또 하나의 캐릭터로 등장시키게 되었죠. 북극곰 가족이 늘어나고 등장인물이 다양해져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영상의 만드는 마음가짐에 ‘진정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아기 북극곰과 아기 물개가 함께 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 (1996년 캠페인)

 

코카-콜라는 1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광고를 선보이며 사람들과 사회와 시대와 공감해왔다. ‘북극곰’ 광고는 미식축구 영웅과 소년의 교감을 다룬 ‘민 조 그린’ 광고(1979), 다양한 인종의 청년들이 한 손에 코카-콜라를 들고 함께 노래하는 ‘힐탑(Hill TOP)’ 광고(1971)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북극곰처럼 코카-콜라 캔 하나면 어디서든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함과 짜릿함. 바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코카-콜라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 아래 영상은 켄 스튜어트(Ken Stewart)와 나눈 대화에 코카-콜라 기록 관리자인 테드 라이언(Ted Ryan)의 이야기가 추가된 편집본이다. 위 인터뷰는 해당 영상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콘텐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