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주의: 이 이야기는 특정 인물이나 국가와 무관합니다.※

[조지아 공의 비밀 ① - 지난 회 다시 보기]

 

#3. 혼자 있고 싶어요. 나가 주세요.

백작은 화를 겨우 누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곤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왔다.

 

부인이 도대체 왜 그러는 지 모르겠소. 나한테 화가 난 것일까……

아닐 겁니다. 이유가 있으시겠지요.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겠습니까?

본인 일이 아니니, 그렇게 쉽게 말하겠지!!

화를 내실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부인이 중요한 연유 없이 이러실 분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소. 나도 요즘 내가 왜 이렇게 예민한 지 모르겠구려. 좀 쉬어야겠소.

 

백작은 충혈된 두 눈을 비비며, 집무실 책상 한 켠에 놓인 거울을 보았다. 잔뜩 초췌해진 자신의 몰골을 보자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바라는 결혼 생활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말이야……

 

백작이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하자, 집사는 황급히 자리를 피해주었다.

 

#4. 라떼 is HORSE.

 

 라떼가 말이 많은 걸 어떻게 아냐고! 논리 정연하게 설명 해보라고! 라떼는 말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3인칭화해서 말하지도 마. 아직도 어린 아이처럼 스스로를 라떼라고 부르다니! 정말 내가 다 부끄럽다.

 라떼가 뭐 어때서! 라떼한테 그러지마! 라떼는 말이 아니야!

 라떼는 말이야!

 

라떼는 울먹이며 끝없이 혼자서 중얼거렸다. 평생 조지아를 만나지 않을 거라, 영원히 저주할 거라 다짐했다. 라떼의 머릿속에서는 오조 오억 개의 음절이 조지아를 향한 원망이 되어 쏟아지고 있었다.

조지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자신의 생각에 한번 더 확신을 가졌다. 역시, 라떼는 말이야. 라고.

 

#5. 달콤한 거짓말

너와 티타임을 가지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로구나.

언니…… 좋은 데 슬픈 건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좋프다? 어렵구나. 마치 우리의 앞날처럼.

언니와 함께 나누는 이 음료와 시간들이 얼마나 특별 했는 지 몰라.

 

백작 부인은 영롱하고 짙은 브라운 빛의 음료를 빈 잔에 채우며, 살짝 울먹였다. 언니의 예비 남편이자 예비 형부가 보내온 음료였다.

다음 날, 자매는 각각 다른 길로 떠났다. 다른 영지에서 며칠 차이로 결혼식을 올렸다. 언니는 결혼한 뒤, 크래프트 부인으로 불렸다.

둘의 우애를 더 끈끈하게 하던 그 음료는 조지아 1세가 사랑의 선물로 보낸 커피였다.

 

#6. 위험한 동행

늦은 퇴근과 이른 출근 탓에 매일 잠든 아내밖에 볼 수 없는 그였기에, 대화를 무척이나 좋아했기에, 라떼 백작에게도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귀한 꿀을 섞어 달콤하고 따스한 우유를 부인과 나누곤 했다. 밤에 나누는 긴 대화와 함께 마시는 따뜻한 우유가 숙면을 돕듯, 낮이라고 다르지는 않았다.

 

부인, 그래서 말이요. 아니 그게 그렇게 된 게 아니겠소? 하하하.

(꾸벅 꾸벅 고개를 떨구며 조는 백작 부인)

부인! 아무래도 안되겠소! 부인의 건강이 심히 걱정 돼서 안되겠소!

(급히 정신 차리며) 어닙! 아닙니다! 듣고 있었습니다.

 

결혼한 지 고작 2개월하고 하루가 지나던 날이었다. 백작 부인은 하루에 딱 한 시간. 문을 걸어 닫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잠을 쪼개 해결해야 하는 바쁜 업무 중에도 하루에 한 시간, 부인과 보내겠다 부하들에게 선언한 라떼 백작이었다.

기다림은 끝이 없었다. 어느 새 17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고, 부인이 홀로 보내는 시간은 도리어 2시간이나 길어졌다. 라떼 백작은 큰 결심을 하곤 편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친애하는 크래프트 부인이자 처형이시여.

제 아내는 벌써 17년 째,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에 담을 쌓고 지내고 있습니다. 문 밖에 나올 때는 달콤하기 그지 없는 사람이지만, 문을 닫을 때는 어쩜 그렇게 차가운 지요. 저는 이제 마음의 병을 얻었습니다. 더 이상 물어볼 수도 없지요. 부인은 다시 건강을 찾았지만, 저는 점점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중략)

아내를 사랑하신다면, 저희 부부가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이번 일만 도와주신다면, 잘 해결된다면,

악연은 잊고 크래프트 성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습니다.

 

크래프트 부인은 ‘조지아 크래프트’라는 글자가 선명히 새겨진 커피 두 병을 고사리 같은 아들의 두 손에 쥐어 주었다.

 

이 두 병으로 평화를 다시 찾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조지아는 그 길로 이모와 이모부가 있는 라떼 성으로 떠나게 되었다. 품 안에는 조지아 크래프트 470ml 두 병이 매혹적인 커피 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