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주의: 이 이야기는 특정 인물이나 국가와 무관합니다.※

[조지아 공의 비밀 ① - 지난 회 다시 보기]

[조지아 공의 비밀 ② - 지난 회 다시 보기]

 

#7. 정원의 고양이

“부스럭, 부스럭”

창 밖으로 보이는 풀숲 사이로 기척이 들려왔다. 백작 부인은 잔뜩 기대를 품고 그곳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원 안에서 만나는 최초의 고양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하얀 고양이, 까만 고양이, 삼색 고양이까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백작 부인이었다.

야옹아! 나와보련!

고양이와 놀 수 있을까 싶어, 억새풀을 꺾어 들고는 기척이 있는 곳을 향해 조금씩 흔들어 보는 백작 부인이었다.

“엣취!”

앗? 고양이가 아닌가?

갸우뚱하던 찰나, 풀 사이에서 무언가 불쑥 튀어 나왔다. 이내 그것은 풀숲 위로 거대하고 오묘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으아닛?!!

 

#8. 문지기의 티타임

라떼 성의 문은 다른 성과 달리 하나로 되어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미리 전갈을 보내주시면 시간에 맞춰 열고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도달하실 시간을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좀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소. 

여기서 좀 기다리시지요.

문지기는 자신의 의자를 내어주었다. 그곳에는 문지기가 마시려던 달콤하고 하얀 우유가 소담한 잔에 담겨 있었다.

아, 이것이 그 유명한 라떼 성의 우유인가 보군요. 듣던 대로 빛깔과 향기가 좋습니다.

기다리시는 동안, 이 우유를 좀 나눠 드리겠습니다.

조지아는 부드럽고 순수한 우유의 맛에 금세 빠져들고 말았다. 맛의 감동에 바로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 가득해졌다.


그러면 나도 조지아 성의 음료를 좀 나눠 드리겠소

앗, 소문으로만 들었던 커피라는 것이지요? 라떼 성에선 금지된 음료라 태어나서 한번도 보지도 맛보지도 못했습니다. 귀한 커피를 주신다니! 은혜를 어찌 보답할지..!!


커피를 조금 밖에 가져오질 못해서 병째로 다 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 옮겨 담을만한 잔이나 병이 없을지요?

우유를 담은 잔이 전부입니다. 이를 어쩐다……

둘은 난처한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지나가던 병사가 우스갯소리로 던진 말에 조지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니 그냥 섞어 마시면 되지 않습니까요?

 

#9. 라떼 백작과의 조우

문지기의 도움으로 조지아는 어렵지 않게 라떼 백작이 있는 곳에 다다를 수 있었다. 누가 얘기해주지 않아도 한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붉게 충혈된 두 눈, 윤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피부와 머리칼이 그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듯 했다.

달콤하고 부드러우며 순수해! 정말 행복한 맛이로구나. 매일 마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따뜻한 우유 차는 쉼 없이 달려온 조지아의 긴장을 부드럽게 녹여주었다. 이윽고 조지아는 응접실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어머낫? 설마 조카님이십니까?!

낯설지 않은 목소리에 눈을 뜬 조지아의 앞에는, 어머니와 꼭 닮은, 젊고 아름다운 백작 부인이 반가운 얼굴로 조지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앗! 이모님이시군요. 네. 처음 뵙겠습니다.

형부의 젊은 시절 모습 그대로네요. 길가다 마주쳤어도 한눈에 알아봤겠습니다! 아니 근데, 여긴 어떻게 온 것입니까? 남편과 아버님의 사이가 아직 좋지 않을 텐데…!

이모님께서는 별탈 없으신 건가요? 실은 이모부께서 어머니에게 편지를 주셔서 오게 되었습니다.

백작 부인은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금세 그간의 일을 조카에게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긴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목이 마를 법도 한데 우유는 한번도 입에 대지 않는 백작 부인이었다.

#10. 고양이의 보은

밝은 햇살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오후였다. 성의 곳곳이 궁금하다는 조카의 말에,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공간인 정원을 구경 시켜줄 참으로 기다리고 있던 백작 부인이었다. 그 때 정원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조카 조지아가 데려온 고양이일지도 몰라. 꼭 보고 싶구나. 고양이라니……!)

백작 부인은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법 차가워진 바람에 못 이겨, 샤라락 소리를 내며 흩날리는 기다란 풀 사이에 분명히 고양이가 숨어있는 것이 확실했다.

(고양이 녀석, 나와 숨바꼭질이라도 하자는 게로구나!)

엣취!

앗? 고양이가 아닌가?

다시, 나와 티타임을 가지면 안되겠소? 이 음료들과 함께 말이오. 절대 힘들지 않을 것이오. 뭘 좋아할 지 몰라서 두 가지를 준비했소.

라떼 백작의 두 손에는 조지아가 가져온 크래프트성의 커피 한 병, 그리고 라떼 성의 우유를 섞은 부드러운 맛의 새로운 음료가 다른 병에 담겨 있었다.

조지아 크래프트의 커피는 아는 데 이 음료는 무엇입니까?

“조지아 크래프트 카페라떼”라고 이름 붙였소. 내가 방금! 세상에 없던 음료라오. 오직 당신만을 위한!

두 사람은 연애시절처럼 수줍게 미소 지으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자, 임무를 완수한 조지아는 기뻤고, 설렘에 가슴이 뛰었다. 새로운 음료를 고향에 있는 이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행복을 찾은 라떼 백작은 조지아의 아버지인 조지아 1세와의 화해를 공식적으로 요청하며, 돌아가는 조카에게 튼튼한 최신형 마차는 물론이고, 라떼 성의 우유를 짐칸에 가득 실어 선물했다.

그리고 두 성은 새로운 조약을 체결했다. 조지아 크래프트 카페라떼를 함께 생산하고 판매하는 협력 조약이었다. 5년 간 라떼 성과 크래프트 성은 전에 없던 부귀와 영화를 누렸다. 물론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작가의 말: 따뜻한 우유 한 잔은 숙면을 돕는다고 합니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