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주의: 이 이야기는 특정 인물이나 국가와 무관합니다.※

 

*지난 회 다시 보기

[조지아 공의 비밀 ① - 다시 보기]

[조지아 공의 비밀 ② - 다시 보기]

[조지아 공의 비밀 ③ - 다시 보기]

 

#11. A Bittersweet Life

새로운 음료들이 많아졌지 않소? 사람들이 매일 커피만 마시고 살면 조지아 크래프트 커피의 소비도 여전하겠지만.. 그럴 수는 없지 않겠소? 사람들도 새로운 맛을 즐기고픈 게지.

새로운 맛이요?

몇 년 전만 해도 새로운 맛 개발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던 크래프트 성이 아니었소? 꾸준히 같은 맛을 생산하는 건 충분히 칭찬할 만 하오.

그렇지만 매일 밥만 먹고 살 수 없지 않소? 별미도 좀 있어야 하는 게지요. 사람들은 익숙한 것만 좋아하진 않는다오.

조지아 공은 뒤통수를 세게 얻어 맞은 듯 머리가 얼얼했다. 떨어뜨렸던 커피를 다시 쥐어 들고 벌컥벌컥 마셔댔다. 매일 기쁨을 주는, 그 맛과 그 향이 그대로 담긴 커피였다. 조지아 공의 어린 시절 패기와 아버지, 그리고 가족들의 노고가 녹아있는 음료였다.

수 많은 교역에서도 매번 승전보를 안기던 조지아 공이었다. 상승 곡선만 그려가던 그의 삶에서 오늘 일은 쓰디쓴 첫 패배의 순간이었다. 시럽의 달콤함 뒤에 가려져 있던 커피의 쓴맛을 다시금 느꼈을 때의 묘한 감정처럼, 매일 마시는 이 커피가 오늘 따라 유독 낯설게 느껴졌다.

 

#12. 익숙함의 중독

자신을 위해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미 진실을 알고 있기에 달콤한 말들은 더 아프게 다가왔다. 현실에 안주하며 행복감에 도취되어 지내던 자신의 과거가 한없이 부끄러웠다. 커피도 마시고 싶지 않았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한 날들이 이어졌다.

허망함에 젖은 조지아 공의 소식을 들은, 어머니 크래프트 부인이 조지아를 찾아왔다.

아드님의 잘못이 아니십니다.

저는 실패했습니다. 안분지족 했던 겁니다……

실패라고 하기엔 크래프트 성 사람들은 아드님 덕분에 너무나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지 않습니까?

두렵습니다. 두려워졌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이런 일이 더 반복될까요?

그 동안 우린 참 많은 승리를 했지요? 저는 이번 일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이라니요? 저는 너무도 괴롭습니다.

인생이 그렇습니다. 항상 달콤할 수만은 없어요. 때론 아픈 날도 있는 게지요.

영원히 행복할 수는 없는 것이로군요. 익숙함 만으로는 말입니다.

새로움이라……

 

#13. 아는 것의 힘

갑자기요? 저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입니다. 게다가 그곳은 험준하기로 유명한 곳이 아닙니까?

그래서 가지 않겠다는 거요? 나를 따르지 않겠다는 겁니까?

조지아 공은 대답 대신 허겁지겁 채비를 하고 아버지를 따라 나섰다. 고원의 입구까지 말을 타고 반나절을 족히 달려서야 도착했다. 고개를 뒤로 한참 꺾어야 겨우 상부에 위치한 고원이 보일까 싶을 정도로 높았다. 새까맣게 보일 정도로 진하고 빽빽하게 심겨진 나무 탓에 더욱 신비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여기부터는 말을 타고 갈 수 없지. 내려서 말은 여기 묶어 두고..

그냥 올라가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왜 그러시오? 두렵소? 하하하

아닙니다. 저는 아버님이 걱정되어서 그렇지요. 이리 험한 산을 오르실 수 있겠습니까?

나는 틈만 나면 오는 곳이라 걱정이 없소만, 요새 방에만 틀어박혀 있던 아드님이 걱정이오!

대답대신 100m 달리기를 하듯, 힘차게 뛰어 오르기 시작하는 조지아 공이었다. 아버지의 말리는 손길을 뒤로하고 치기에 더 달려나가고 있었다. 얼마 가지 못해 지친 조지아 공은 금세 따라 잡히고야 말았다. 그리곤 중간에 털썩 주저 앉아서 신음에 가까운 숨 고르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게 천천히 가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장기전엔 체력 안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헉헉.. 흑흑……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들이 조지아 공의 얼굴을 타고 흘러 내렸다. 입은 마르고 목구멍에서는 쇠 맛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때 아버지 조지아 1세가 입 속으로 무언가를 넣어주었다. 씁쓸한 듯 향긋한 맛이 입안으로 퍼졌다. 쓴맛 탓인지 말랐던 입안에 침이 도는 것만 같았다. 왠지 모르게 힘도 나는 것만 같았다.

아버지, 이것은 무엇입니까?

등산이 끝나면 알려드리리다. 한참을 더 올라야 하니 잠시 쉬어가도록 하지요.

 

#14. 새로운 도전

걷고 쉬고, 걷고 쉬고, 끝이 날 것 같지 않던 시간들이 이어졌다. 쉴 때 마다 아버지 조지아 1세는 미리 준비해 온 새로운 음료를 조금씩 맛 보여주었다. 그 중에서도 수분감 보충에 좋다는 ‘저칼로리 왕국’의 “파워에이드”와 “토레타!”는 잊을 수 없는 음료였다.

오랜 등산으로 탈진한 몸을 금세 회복시켜주는 듯한 수분감과 상쾌함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커피를 최고라고 여기며, 새로이 등장하는 세상의 새로운 음료들을 배척했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제 다 왔습니다.

히야!!!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다운 고원의 황홀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층층이 영롱한 빛깔을 뽐내는 형형색색의 나무들, 모든 요소들이 자신을 반겨주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고원 사이에 있는 작은 건물로 아들을 데려갔다. 건물 안은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고, 익숙한 향이 코끝에 와 닿았다.

이곳에서 커피를 로스팅 하고 있었군요.

로스팅하는 모습은 처음 보겠군요. 이제는 이런 과정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소.

커피콩을 나르고 쉼 없이 볶는 인부들의 분주한 모습에 조지아 공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금의 행복은 이들의 숨은 노력이 만든 것이겠지? 안일했던 자신이 더욱 부끄러워졌다.

아! 우린 이걸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조지아 공은 갑자기 가슴 속에 다시금 뜨거운 열정이 끓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새로운 음료에 대한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커피가 아닌 새로운 맛! 시장이 원하는 맛이라는 확신. 커피 밖에 모르던 바보였던 자신을 후회할 시간도 부족했다. 당장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아버님, 이 차나무의 산지는 어디입니까?

동방에 있는 미지의 땅이지. 정말 갈 수 있겠소?

네! 가겠습니다. 반드시. 그것이 약속이니까……(끄덕)

조지아 공의 새로운 맛을 향한 모험이 다시 시작되었다. 때로는 실패가 새로운 시작의 길을 열어주기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머나먼 동방의 나라까지, 조지아는 과연 새로운 맛을 찾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작가의 말

힘이 되어주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 보세요.

Happy New Year!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