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트의 선구자이자 현대 미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앤디 워홀(Andy Warhol). 그의 대표적인 작품 중 '코카-콜라'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가 남긴 코카-콜라 작품만 15개 이상이 될 만큼 코카-콜라는 그에게 아주 특별한 존재였다.

그렇다면 앤디 워홀이 코카-콜라를 주목하고, 또 그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코카-콜라에 대한 앤디 워홀의 생각과 철학, 살아생전 그와 코카-콜라가 맺었던 인연을 살펴봤다.

 

아티스트를 꿈꿨던 앤디 워홀

 

앤디 워홀은 예술가가 되기 전, 광고 회사의 디자이너로 10년간 일했다.

그가 주로 했던 일은 ‘보그(Vogue)’, ‘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와 같은 유명 잡지의 삽화나 광고에 실릴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음 속 깊이 언제나 “진짜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가 꿈꾸는 아티스트의 길은 ‘순수 예술가’로서의 성공이었다. 그러나 예술가로서 명성을 얻기 위해선 자신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다른 예술가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만들기 위해 앤디 워홀이 주목한 것은 코카-콜라 병, 수프 깡통, 달러 지폐와 같은 일상 소재들이었다. 어쩌면 너무 흔하고 흔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것들. 앤디 워홀은 이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작품을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혁신을 꾀했다. 당시만 해도 예술가들은 하나의 작품을 잘 그려서 비싸게 파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미술품은 작가가 직접 그린 한 점 이외엔 없다.’는 사실은 작품의 소장 가치 또한 높였다.

하지만 앤디 워홀은 이와는 정반대되는 ‘미술품의 대량 생산’을 최초로 시도했다. 작품을 대량 생산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되살리는 일이라 생각했다.

이를 위해 앤디 워홀은 단시간에 수십 장을 찍어낼 수 있는 실크 스크린 판화 기법을 도입했다. 특정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냄으로써 미술품이 예술가의 유일무이한 창조물이라는 기존의 관념을 부정한 것이다.

그가 선보인 작품들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상업 예술과 순수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완전히 새로운 예술의 세계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앤디 워홀은 마침내 그가 꿈꾸던 예술가의 모습으로 세상에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앤디워홀 작품 Coca-Cola 5 bottles
Coca-Cola 5 bottles (1962), 앤디 워홀(Andy Warhol) ⓒ 2015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앤디 워홀이 코카-콜라를 좋아했던 이유

 

‘희귀한 것만 예술이 되는 것이 아니라, 흔한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다.’ ‘당신이 훔쳐 달아날 수 있는 모든 것이 예술이다.’라는 앤디 워홀의 말 속에 그의 예술 철학이 모두 집약되어 있다.

예술은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앤디 워홀. 그가 코카-콜라를 자신의 뮤즈로 선택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부자든, 가난하든,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상관없이 누구나 똑같이 마시는 ‘코카-콜라’야말로 그의 예술 철학을 담아낼 수 있는 아주 좋은 소재였다. 그의 저서 『앤디 워홀의 철학』을 보면, 코카-콜라를 자신의 뮤즈로 삼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 나라가 정말 멋진 것은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모두가 똑같은 것을 사는 전통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TV를 보면 코카-콜라가 나오고, 대통령도, 리즈 테일러(미국의 영화배우)도, 우리도 모두 코카-콜라를 마신다.

콜라는 그저 똑같은 콜라일 뿐, 아무리 큰 돈을 준다 해도 더 좋은 코카-콜라를 살 수는 없다. 모든 코카-콜라는 동일하며, 똑같이 좋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리즈 테일러도 알고, 대통령도 알고, 가난한 자도 알고, 당신도 안다.”

What's great about this country is that America started the tradition where the richest consumers buy essentially the same things as the poorest. You can be watching TV and see Coca-Cola, and you know that the President drinks Coca-Cola, Liz Taylor drinks Coca-Cola, and just think, you can drink Coca-Cola, too.

A Coke is a Coke and no amount of money can get you a better coke than the one the bum on the corner is drinking. All the cokes are the same and all the cokes are good. Liz Taylor knows it, the President knows it, the bum knows it, and you know it.

- 『앤디 워홀의 철학(The Philosophy of Andy Warhol)』 (1975) 중에서-

 

전시되어 있는 앤디워홀 코카콜라 작품

2013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앤디 워홀의 1962년 작품이 무려 5,730만 달러(약 688억 원)에 팔리기도 했는데, 크리스티 경매 회사 대표인 브렛 고비(Brett Gorvy) 또한 앤디 워홀의 작품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다.

"앤디 워홀이 코카-콜라에 집중한 이유는 코카-콜라 병이 그 당시에, 그리고 지금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알아보기 쉬운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앤디 워홀은 완전히 민주주의적이었던 예술을 사랑했다."

앤디워홀 코카콜라 작품 Coca-Cola (3)
Andy Warhol (American, 1928–1987), Coca-Cola (3), 1962 © 2015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그렇다. 앤디 워홀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예술가이기도 했다. 그는 유명한 것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고, 유명 스타와 정치인, 패션 제품 등을 그리는 이유 또한 그것이 유명하고, 자기 자신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앤디 워홀의 솔직함과 자신감이 다이어트 코-크의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일까. 다이어트 코-크 모델로 잠시 활동했었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롭다.

다이어트 코크 모델이 된 앤디 워홀
다이어트 코-크를 들고 있는 앤디 워홀의 모습 (다이어트 코-크 TV 광고 영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뉴코-크 그림

 

앤디 워홀의 작품 중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코카-콜라 그림도 있다. 1985년에 출시된 뉴코-크를 그린 작품이 바로 그것. 뉴코-크가 처음 출시됐을 당시, 앤디 워홀은 타임지로부터 뉴코-크 커버 이미지를 제작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당시 앤디 워홀은 사진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서, 어디를 가든지 카메라를 항상 가지고 다녔다. 뉴코-크 작업도 사진 작업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종이 위에 코카-콜라를 부어 흘린 자국을 만들어낸 다음, 그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하기 위해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었다.

이 작업을 기반으로 Coke Spill이라는 작품을 완성시켰지만, 안타깝게도 뉴코-크가 출시된 지 79일 만에 철수되면서 앤디 워홀의 그림도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실제 앤디 워홀의 작품과 만들기까지의 과정들은 코카-콜라 본사 건물에 전시되어 있다.

앤디워홀 작품 전시 (코카콜라 본사)
앤디 워홀이 뉴코-크 타임지 표지를 만들기 위해 했던 작업 과정들. 코카-콜라 본사에 전시되어 있다. 

타임지 의뢰를 받고 제작했던 앤디 워홀의 뉴코크 작품 Coke Spill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앤디 워홀의 작품 Coke Spill © The Andy Warhol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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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의 작품에는 시대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 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상을 살아가는지, 유행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이 그의 작품에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앤디 워홀의 천재성은 여기에서 폭발적으로 드러난다.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아는 것을 예술로 만들어냈다는 것. 이를 통해 예술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것이 곧 예술이고 문화.'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그에게 코카-콜라는 음료 그 이상의 존재였다. 대중문화의 중심이자 평등(Symbol of Equality)의 상징이었으며, 당시 미국의 정신(American Spirit) 그 자체였다.

앤디 워홀이 자신의 예술 철학을 담아냄에 있어 코카-콜라가 끊임없이 영감을 줄 수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두고 두고 행복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