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가 밀려들 때, 어떻게 표현하는가? ‘졸리다.’ 또는 ‘잠 온다.’ 라고 표현하겠지? ‘잠 온다.’라는 표현이 생소하다면, 당신은 중부 지방에서 살아왔을 것이 분명하다. ‘잠 온다.’는 주로 남쪽 지방(경남, 전남, 전북, 전남 등)에서 쓰는 사투리니까. 이처럼 우리의 언어 속엔 알게 모르게 지역 색이 녹아 들어 있다.

사투리만큼 지역별 개성을 보여주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음식이다. 지역마다 맛과 멋을 살린 대표 음식이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까지 알고 있진 못했을 터. 당신에겐 당연한 줄 알았던 차례 음식이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다르기에 더 재미있는 지역별 이색 차례 음식들, 놀라운 공통점도 찾아봤다.

 

차례상에서 발견한 세대 공감! 강원도의 힘, 감자전

 

서울이나 수도권에 녹두전이 있다면, 강원도에는 감자전이 있다. 강원도는 산이 많아 예로부터 뿌리 채소로 만든 요리가 많이 발전했다. 감자전뿐만 아니라 큼직한 크기에 투박한 손 자국이 인상적인 ‘감자 송편’도 강원도를 대표하는 차례 음식.

채소나 고기 같은 여타 부재료도 없이 멀건 빛깔 탓에 만드는 방법이 쉽겠거니 하겠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강판이나 믹서에 감자를 곱게 갈아, 고운 입자를 내리는 정성으로 시작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소울 푸드, ‘감자전’. 물론 감자전 한 입에 코카-콜라 한 모금도 어느 세대든 아우를 수 있는 좋은 조합이다.

 

통통한 진짜 꼬막을 만나는 차례상, 전라도의 꼬막 요리

 

열풍을 일으키며 전국의 맛집 트렌드를 바꾸어 놓은 ‘꼬막’이 차례상까지 올라간다니. 차례상도 최신 유행을 반영한 건가 싶겠지만, 전라도에서는 유서 깊은 차례 음식이다. 벌교, 순천, 여수 등 대표적인 꼬막 생산지를 가진 지역이니만큼 제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

꼬막 중에서도 진짜 꼬막을 의미하는 참꼬막을 주로 사용한다. 참꼬막은 전라도에서는 제사 꼬막으로도 불린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쪽파와 마늘을 송송 썰어 넣고 참기름과 간장, 고추장을 적절히 배합한 양념장을 만들어 찍어 먹거나, 밥을 곁들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으면 더 맛있는 꼬막이다. 짭쪼름한 맛에 코카-콜라 한 모금이 생각날 땐, 망설이지 말고 들이키면 딱!

 

바다에 사는 선비의 상징, 경상도의 문어

 

남해와 동해를 끼고 있어 수족 자원이 풍부한 경상도. 차례상에 다양한 수산물이 올라가지만,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삶은 문어’다. 문어는 지능이 높은 어종으로 유명한데, 선조들은 문어(文魚)라는 이름처럼 글을 아는 물고기로 여겼다. 바다에서 최대한 몸을 낮추어 생활하는 습성 때문에 ‘양반고기’라 불리기도 했다.

문어가 더욱 사랑 받은 이유 중 하나는 강한 생명력. 운송 환경이 좋지 않은 옛날에도 내륙 지역까지 신선하게 공급할 수 있었던 점이 한몫 했다. 바다향을 그윽하게 품은 쫄깃하고 간간한 문어의 살점은, 씹으면 씹을수록 달큰한 맛을 뿜어낸다. 쫄깃하고 달큰한 문어는 짜릿한 맛과 환상의 하모니를 이룬다. 코카-콜라를 마셔야 할 때다. 조선시대에도 코카-콜라가 있었다면, 문어 곁에 함께 놓이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롤케익? 카스텔라? 정말 차례상이 맞나요? 제주도

 

떡도 아닌 빵이라니, 난데없는 비주얼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우리는 매일 밥상에서 만나니, 귀한 줄 모르는 쌀이지만 섬 지역은 그렇지 않았다. 벼를 재배하기 녹록지 않은 기후와, 배로 한정된 열악한 교통 환경 때문에 쌀로 만든 음식은 귀하디 귀했으니까. 쌀 대신 보리로 만든 음식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롤케익과 카스텔라로 진화한 것이다.

가장 좋은 음식만 전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결과다. 몽글몽글하고 부드러운 빵과 상큼한 귤을 올리는 제주도의 차례상은 어느 지역보다 개성이 넘친다. 차례상의 음료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어난다면 가장 먼저 받아들일 곳은 제주도가 아닐까? 빵 한 입을 배어 물고, 코카-콜라 한 모금. 사르르 녹아 드는 마법 같은 식감은 더 없이 행복감을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