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즘은 출근은 하지 많고 출국을 하고 있다. 코카-콜라의 전설이 시작된 곳, 미국 조지아주의 애틀랜타를 향해 비행기를 탔다. 지인들은 말한다. "코카-콜라의 맛은 다 똑같은데, 왜 미국을 가?"
하지만 우리도 비빔밥을 먹으러 전주에 가고, 돼지국밥이 생각나서 부산을 가고, 여수 밤바다 노래를 듣다가 여수로 야반도주를 하지 않던가. 마시즘의 코-크 사랑은 그런 것과 같다. 무엇보다 난 초대를 받았다고! 코카-콜라의 오프너(Opener)*니까.
* 오프너(Opener)는 코카-콜라 저니와 함께 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모임으로 소정읜 원고료를 지급합니다. '마시즘(http://masism.kr)'은 국내 유일의 음료 전문 미디어로, 코카-콜라 저니를 통해 전 세계 200여 개국에 판매되고 있는 코카-콜라의 다양한 음료 브랜드를 리뷰합니다.
문제가 생겼다
저는 영어 못하는데요
그렇다. 마시즘은 언어 능력에 있어서 흥선대원군도 한 수 접어주는 '쇄국 패치'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찍이 척화비가 세워진 혀로 어떻게 소통을 할 수 있을까?
이럴 때는 영화를 보며 그 나라의 문화와 제스쳐를 익히는 것이 좋다. 어차피 비행기에서 할 것도 없어 미국 느낌 나는 영화 추천을 부탁했다. 그렇게 아이패드에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역작들이 담겼다. <저수지의 개들>, <펄프픽션>, <분노의 추격자> ... 잠깐만 이런 사자굴에 내가 들어간다고?
14시간의 비행 끝에 공항에 도착했다. 발을 딛자마자 첫 관문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입국심사다. 공항 직원은 지문을 대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며칠 묵을 거냐고 하면 뭐라고 하지?', '직업을 물어보면 어쩌지?'라고 셀프 영작을 하고 있었다. 공항 직원이 나를 훑어보더니 입을 뗀다.
"PASS(의역: 대충 나가라는 말)"
대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통과일까. 앞서 줄줄이 질문 답변을 오가던 동료가 말했다.
"거울을 봐봐"
이럴 수가. 모자부터 옷, 신발까지 다 코카-콜라잖아. 이건 뭐, 인간 코카-콜라라고 불러도 좋겠는걸?
월드 오브 코카-콜라,
펨버튼 박사님 제가 왔어요
130여 년의 코카-콜라가 압축되어 있는 '월드 오브 코카-콜라'. 로비에 도착하니 모아이 석상 같은 거대한 코카-콜라 병들이 보인다. 바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만들어진 코카-콜라 조각품이라고 한다. 당시 올림픽 참가 국가의 아티스트를 초대해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병에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미쳤다. 이곳은 그냥 하나의 음료의 발전사가 아닌 인류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것 아닐까?
드디어 시간이 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안내를 따라 코카-콜라의 세계로 빠져들어간다. 벽과 천장에 가득한 코카-콜라의 광고와 전광판, 수집품들에 이상한 기분이 느껴진다. 코카-콜라 옷을 입은 직원은 이 브랜드에 대한 역사를 설명한다.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에 "사우스 코리아!"라는 말이 들린다. 그러자 직원은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킨다. '2006년 광주 비엔날레' 현수막이 보인다. 와. 진짜 세계가 여기에 다 있구나!
나라 다음에는 사람이다. 다음에 들어간 영화관에는 'Moment of Happiness'라는 짤막한 영상을 보여준다. 가족의 깜짝 생일파티, 열기구 위의 프러포즈, 극한 도전, 그리운 가족과의 만남 등.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짜릿한 순간에 함께한 코카-콜라의 모습을 보여준다.
코카-콜라를 마시는 것은 뭐랄까. 단순히 음료를 넘어 성인식이나 결혼식처럼 사람의 인생에서 맞이하는 하나의 의식 같은 게 아닐까?
코카-콜라에 응축된
브랜드의 맛은?
예열은 끝났다. 영화관의 스크린이 올라가고, 드디어 월드 오브 코카-콜라의 홀이 보인다. 언젠가 이곳을 올 거라고 생각하고 후기들을 계속 봐왔기 때문에 꿈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하하 사실은 이곳에서 마실 수 있다는 음료의 이름까지 다 공부해왔다고! 이제 마시즘과 함께 떠날 시간이다. 그전에 '폴라 베어'랑 사진 먼저 찍고.
영화관을 빠져나오면 바로 옆에 있는 북극 세트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잠깐 기다리면 코카-콜라 광고에서 보던 하얀 북극곰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피리 부는 소년처럼 사람들이 곰을 우르르 따라온다. 이때 미리 줄을 서면 기분 좋게 사진을 찍고 들어갈 수 있다. 폴라 베어 넌 내 거야!
잔뜩 몰입해서 들어가다 보면 금고의 끝에는 또 다른 금고가 나온다. 이곳이 진짜 코카-콜라의 레시피가 들어있다고 한다. 아쉬운 마음에 다가갔다가 삐빅 경고를 먹었다. 분하다. 코카-콜라.
세계의 코카-콜라 제품을 모아놓은 전시관에서는 '킨 사이다', '토레타', '순수아침 사과 워터', '미닛메이드 조이' 등을 만날 수 있다. 멀리 애틀랜타에서 고향의 음료를 만난 반가움이란.
이 작업들을 도맡은 로봇들이 설렁설렁 일하길래 '역시 미국은 로봇의 노동복지도 챙겨주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관광객들을 위해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라고 한다. 좋은 이유다. 나도 한국에 돌아가서 느릿느릿 일할 때 꼭 써먹어 봐야지.
다른 쪽을 둘러보면 코카-콜라 콜렉터의 눈을 즐겁게 하는 수집품들이 가득하다. 예쁜 코카-콜라 수집품 사이에서 뉴코-크들을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R.I.P New Coke'라고 적힌 티셔츠라니. 흑역사까지 이렇게 유쾌하기 넣어두기가 있는 거야?
5. Perfect Pauses Theater & 4D Theater
4D 극장 역시 그런 것일 줄 알았다(인생 최초의 4D 영화를 월드 오브 코카-콜라에서 볼 줄이야). 맛의 비밀을 알려준다길래 뭘까 싶었는데. 의자가 흔들리고, 물이 나온다.
코카-콜라의 맛의 비밀은 단순히 재료를 섞는 것을 넘어서 코카-콜라가 가진 역사와 문화, 여러 순간들 자체가 뒤섞여 있다는 교훈을 느끼게 된다. 코-크가 아니면 누구도 자기네 음료 맛을 소개할 때 눈 절벽에서 보드를 타진 않잖아.
전 세계의 코카-콜라를 맛보는 곳
Taste It!
모든 전시를 마쳤다. 후후. 사실 이것이 준비운동에 불과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들를 곳이 바로 전 세계의 코카-콜라 음료를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 룸. ‘Taste It!’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계의 코카-콜라 음료를 마셔보기 위해 요원들을 파견해서 공수해왔던 것들이 이곳에 모두 모여있다. 심지어 모든 음료가 무제한. 공짜.
이곳에는 북미, 남미,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5가지 대륙에 있는 대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입맛이란 국가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공간이랄까? 곳곳에서 마시고 셔플 댄스를 추며 즐거워(?)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볼까 둘러보는 찰나, 산타 할아버지를 닮은 한 어르신이 내 어깨를 톡톡 치며 한 음료를 가리킨다. “Try That” 이탈리아의 음료수인데 뭐가 그렇다고 이렇게… 악.
할아버지는 낄낄대고 사라지고, 나는 혀끝에서 올라오는 쓴맛의 폭격을 맞는다. 이런 곳이다. 맛있는 녀석들 사이에 지뢰 찾기를 하는 즐거운 공간. 좋아, 하나하나 다 공략을 해볼까!
망했다. 월드 오브 코카-콜라의 개장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다. 열심히 음료를 마시던 관광객들이 물밀듯이 사라진다.
잠깐만 아직 몇 잔 마셔보지도 못했다고! 내가 이걸 마시려고 15시간을 비행기를 탔는데! 아직 대륙 하나의 음료도 다 마시지 못했는데, 저 멀리 코카-콜라 프리스타일 자판기는 만져보지도 못했는데, 이리 허망하게 가다니. 좌절을 맛보는 순간 동료들이 말했다.
“너 내일도 오잖아.”
맞다. 나 내일도, 모레도 오기로 했지. 하하하. 지금까지는 맛보기 나들이였다. 내일 세계의 코카-콜라 음료들을 모조리 공략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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