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정진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서 목표한 바를 끝끝내 이뤄내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이 따르는 일인지. 순간의 영광에 자만하지 않고, 순간의 실수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에서 아시아 최초로 남자 봅슬레이 4인승 은메달을 딴 국가대표 원윤종, 서영우, 김동현, 전정린이 바로 그런 선수들이었다.

올림픽이 끝나고 모처럼 찾아온 달콤한 휴식을 즐기고 있는 파워에이드 광고모델 원윤종, 서영우 선수를 코카-콜라 저니에서 만났다.

 

Q. 제대로 된 연습장 하나 없이, 중고 봅슬레이로 시작한 지 8년 만에 값진 은메달을 따내셨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세요?

원) 정~말 기다렸던 올림픽이었고, 기다렸던 결과였기에 뭐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기뻐요. 기분 좋은 메달 소식으로 코카-콜라 저니를 통해 다시 찾아뵙게 되어서 다행이고, 응원해주시고 축하해주신 많은 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드립니다.

서) 사실 지금도 실감이 안 나요. 8년이란 시간 동안 평창 동계올림픽 하나만 바라보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이걸 진짜 해낸 거야?’라는 생각에 얼떨떨해요. 아직까지 구름 위에 올라가있는 기분인데, 저 좀 내려주실래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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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카-콜라 저니와 함께 한 축하 파티에서 쑥스러운 듯 웃고 있는 두 선수

 

Q. 메달을 땄던 그 순간, 정말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을 것 같아요. 경기 직후에 가졌던 인터뷰에서도 그 벅참이 그대로 느껴졌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이 들었길래?

원) 독일, 미국, 캐나다 등 봅슬레이 강대국들은 이미 많은 것들이 갖춰진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저희는 아니었기 때문에 상상도 못할 만큼의 많은 시련과 고난을 겪었어요. 감독님이 후원사를 찾기 위해 매일같이 직접 발로 뛰어다니셨고, 썰매도 빌려타야 했고, 연습장도, 코치진도 없었어요. 정말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였죠. 그런 곳에서 숱한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메달’을 따게 됐으니, 감격스러울 수밖에요. 이 악물고 버텼던 시간들, 감독님, 코치님, 스태프 등 한 분 한 분 고생하지 않은 분들이 없었기에 더 울컥한 면도 있고요. 하지만 우리가 함께 흘린 땀과 눈물을 생각하면, ‘이 메달은 충분히 받을 가치가 있다.’라고 생각했어요.

서) ‘무’에서 ‘유’를 만들어 냈다는 게 너무 기뻤어요. 봅슬레이 강대국들과 경기를 치를 때면 왠지 모를 콤플렉스 같은 것도 있었거든요. 같은 선수인데 대기실에서 외국 선수들에게 자리를 비켜 주기도 하고, 눈치를 보기도 했고요. 하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며 달려왔고, 이제는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점에서 가슴이 벅찹니다.

 

Q. 앞서 2인승 경기에서도 세계 6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것에 마음고생도 심했다고. 어떻게 극복하고, 4인승 경기에 임하셨는지?

원) 2인승도 잘 했다고 하시지만 사실 저희 목표는 더 높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2인승 결과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거기서 정말 무너질 뻔했는데, 서영우 선수를 비롯해서 감독님, 코치님 등 옆에서 많이 다독여주고, 극복하게 해주셨어요. 함께 하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는 긴장도 풀고, 좀 더 편안하게 경기에 임하려고 했어요.

서) 평정심 유지가 정말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부분이에요. 실수했다고 좌절해도, 잘했다고 흥분해도 그다음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2인승에서도 그런 감정 컨트롤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4인승에서는 마인드 컨트롤에 좀 더 집중했어요.  1, 2차 시기를 좋은 기록으로 마무리했을 때도 침착함을 잃을까봐, 기쁜 마음도 접어뒀어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순위 생각하지 말고, 우리는 우리의 플레이를 하자!’라고 팀원들끼리 계속 얘기했고, 그런 평정심이 결국 메달로 이어졌어요. 메달이 확정된 순간에는 그때까지 억눌러왔던 침착함, 절제심이 완전히 폭발해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했죠. (웃음)

▲ 환한 표정으로 메달의 기쁨을 표현하는 선수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Q. 4인승 경기를 어떻게 준비해왔는지도 궁금한데요. 메달의 비결,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서) 작년 말부터 4인승 경기를 집중적으로 훈련해왔어요. 달리는 간격, 탑승 위치 등 모든 타이밍 하나하나를 기록하고, 외웠어요. 눈으로 외우고, 몸으로 외우고. 눈대중으로 대충 하는 게 아니라 줄자로 재서 정확한 위치를 테이핑하고, 계속 반복 연습을 하는 거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계산하고, 준비해온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에요. 수많은 연습으로 단련된 ‘약속된 플레이’가 결국엔 메달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메달에 왕도가 있나요. 완벽해질 때까지 연습해야죠.

▲ 인터뷰 도중 잠시 생각에 빠져있는 서영우 선수. “음… 메달에 왕도 있나요. 완벽해질 때까지 연습해야죠!”

 

Q. 경기 바로 직전에는 뭘 하면서 긴장감을 푸시는지?

원) 음악을 많이 들어요. 주변 상황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오로지 저 자신, 그리고 눈앞에 놓여있는 상황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음악을 들으면서 오늘 경기에서 어떻게 주행을 할 것인가만 생각하고 시뮬레이션하는 거죠.

서) 저는 반대로 음악은 잘 안 듣지만, ‘정신 집중’을 한다는 건 같아요. 스스로에게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심으면서, 동시에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심죠. 특히 썰매를 밀 때의 상황, 감정, 느낌을 계속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마치 실제로 썰매를 미는 것처럼 상상하면서 ‘으아~’ 소리를 내기도 하고요. 직접 보시면, 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지도 몰라요.(웃음)

 

Q. 김동현, 전정린 선수는 2인승을 포기하면서 4인승 준비에 올인을 했어요. 두 선수에 대한 고마움과 각별함도 있을 것 같아요.

원) 넷이 하나로 뭉치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네 명 모두에게 있었어요. 그런 확신이 과감한 결단을 만들어냈죠. 특히 김동현 선수는 직접 감독님에게 4인승에 집중하자는 제안을 해주었고, 파일럿에서 브레이크맨으로 전향을 하면서 그 위치와 역할에 맞는 몸을 다시 만들고 훈련하는 과정까지 거쳤어요. 누군가의 결단과 용기, 선택과 집중, 팀플레이가 폭발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낸 것 같아요.

▲ “많은 분들의 노력과 땀이 모여,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어요.”

 

Q. 각각의 팀원들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한 마디로 표현해본다면?

원) 서영우 선수는 워낙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표정만 봐도 다 아는 이심전심 사이”라고 할까요.  김동현 선수는 “팀의 활력소”, 전정린 선수는 “자기 할 일을 120% 해내는 믿음직한 팀원”이에요.

서) 원윤종 선수는 “120% 신뢰할 수 있는 우리 팀의 파일럿이자 선장”, 전정린 선수는 “평소 말수가 없고 묵묵한데, 그만큼 말에 힘이 있는 한방이 있는 사람”, 김동현 선수는 “분위기 메이커”에요.

 

Q. 한 명 한 명 고맙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특히 고마운 사람을 꼽는다면?

원) 단연 이용 감독님이에요.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 최선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혼신’의 노력을 쏟아오셨으니까요. 썰매 하나 없고, 스태프 한 명 없던 한국 봅슬레이였는데, 발로 뛰면서 후원사를 설득하고, 전담팀을 꾸리고, 선수 개개인을 케어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모두 다 만드셨으니까. 정말 존경스럽고, 감사한 분이에요.

서) 이용 감독님과 관련해서 한 가지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어요. 환경이 잘 갖춰진 나라들은 경기 시작 전에 썰매를 스태프들이 다 가져다 놔요. 선수들은 준비 운동을 하고, 썰매를 타기만 하면 되죠. 하지만 선수 4명에 감독님밖에 없던 시절엔 저희가 일일이 썰매를 옮겨야 해서,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진을 빼곤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감독님이 “너희는 경기에만 집중해! 이건 내가 알아서 할게!” 하시는 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외국 팀이 썰매를 옮길 때 일일이 달려가서 옮겨주면서 얼굴도장을 찍고, 저희 차례가 오면 역으로 도움을 받았던 거예요. 발로 뛰는 리더십을 갖추신 분이죠.

 

Q. 헬멧에 건곤감리를, 봅슬레이 썰매에는 대한민국을 새기고 뛰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덕분에 태극전사라는 별명까지 붙었죠!

원) 혼을 쏟아 준비한 만큼 썰매에도, 헬멧에도 저희의 ‘혼’을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낸 아이디어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썰매에 한글로 ‘대한민국’이라고 적자. 그리고 우리는 대한민국을 위해 달리는 ‘태극전사’들이니 태극기를 형상화한 ‘건곤감리를 새기자.’라는 거였어요. 썰매를 탈 때, 헬멧을 쓸 때도 더 책임감이 느껴졌죠. 그래서 더 파이팅 넘치게, 파워풀하게 달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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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이 새겨진 썰매, ‘건곤감리’가 새겨진 헬멧을 쓰고 질주하는 봅슬레이 선수들

 

Q. 가장 힘이 됐던 혹은 기억에 남는 응원이 있다면?

원) SNS로 고등학생 친구가 보낸 메시지가 생각나요. 꿈을 향해 노력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려던 순간, 저희 이야기를 접하고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면서요. ‘형들을 보면서,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앞으로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너무 감사하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 저희가 한 일이라곤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한 것뿐이잖아요. 저희만의 감동에 취해 있었는데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이 감회가 새로웠고, 오히려 그게 저한테 더 큰 응원이 됐어요. ‘아, 나도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 저도 스포츠가 주는 감동, 그리고 사람들을 잇는 매개체가 된다는 게 놀라워요. 음.. 저는 댓글을 많이 보는데요. 하하. 예전에는 기사가 나면 댓글이 아예 안 달리거나, 2-3개 정도 달렸었는데 요즘은 좀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심심할 때 잘 챙겨본답니다.) 한 분 한 분 보내주시는 관심이 너무 감사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도 안 보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많은 분들이 우릴 지켜보고, 응원해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힘도 솟고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할게요!

 

Q. 지난번 저니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잘 알아보지는 못한다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헬멧을 벗겠다’라고 했는데 요즘에는 어떠세요?

서) 처음부터 끝까지 헬멧을 쓰는 종목이라 아직 잘 알아보시지는 못하지만 봅슬레이 선수라고 소개하면 너무 반겨주세요. 그리고 4명이서 같이 다니면 더 많이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폐막식 때는 ‘우리 꼭 같이 붙어 다니자’라고 했어요. (웃음)

 

Q 올림픽 기간 동안 다른 경기도 봤나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경기가 있는지?

서) 네, 선수촌에서 쉴 때 중계를 많이 시청했어요. 컬링 경기가 너무 새롭고 재미있었고요. 특히 윤성빈 선수가 설날 아침 금메달을 따는 순간 저도 모르게 울컥해서 울었어요.

(소속사 관계자가 ‘울보 서영우’라고 귀띔해주었다.)  

 

Q. 평창올림픽이 끝났는데, 당분간 뭐하고 지내실 예정이세요?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원) 지금은 모처럼 맞이한 달콤한 휴가를 즐기고 있어요.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면서 여유로운 시간도 보내고 있고요. 휴식이 끝나면, 다시 또 달려야겠죠? 2022 베이징 올림픽까지 열심히 달려보고 싶고, 아직 이루지 못한 2인승 메달의 꿈도 베이징에서 이루고 싶어요.

서) 평창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와서 그런지, 아직 끝났다는 게 실감이 잘 안 나요. 너무 이것만 보고 달려와서 갑자기 공허하고, 아쉬워요. 어쨌든 이 공허함은 또 새로운 목표로 채워 넣어야겠죠. 평창올림픽이 저에게 ‘터닝포인트’가 되었으니 이제 다시 베이징 올림픽까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Q. 두 분이 출연하셨던 파워에이드 광고 카피 “파워의 끝에서 파워가 시작된다.”는 두 선수를 아주 잘 나타내는 말이 아닐까 싶어요. 봅슬레이 자체가 그런 경기잖아요.

서) 개인적으로 “파워의 끝에서 파워가 시작된다.”라는 광고 카피를 정말 좋아해요. 운동선수는 매 순간 한계를 극복하는 게 임무이고 과제거든요.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려면 저를 극한으로 내몰아야 하는데, 그게 정말 고통스러워요. 그런데 그걸 넘어서면 거기서 새로운 파워, 발전된 경기력이 나오죠. ‘파워의 끝에서 파워가 시작된다.’는 정말 소름 돋는 ‘봅슬레이 명언’인 것 같아요. (웃음)

원) 그 카피는 봅슬레이 스타트 지점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기도 해요. 처음에 우리가 가진 파워를 끝까지 끌어올려서 스타트에서 쏟아부으면, 거기서 끝까지 질주할 수 있는 또 다른 파워와 추진력이 생기거든요. 고(故) 말콤 로이드 코치님이 예전에 “봅슬레이는 파워다. 무조건 파워고, 힘이 좋아야 한다.”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래서 파워에이드 촬영은 가장 저희다운 모습으로 촬영할 수 있었던 작업이었어요. 잊지 못할, 좋은 추억으로 남았죠.

▲ “파워의 끝에서 파워가 시작된다!” 파워의 끝판왕 원윤종, 서영우 선수

 

평창올림픽을 향한 도전은 이제 끝이 났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그들의 말처럼 또 다른 ‘시작’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을 향해 다시 한 번 열정을 다지는 그들! 목표한 바를 끝끝내 이뤄내고야 마는 정신, 도전을 멈출 줄 모르는 그들의 정신은 이제 ‘봅슬레이 정신’이라는 단어 그 자체로 불려도 무방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