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형을 따라 어린 시절 테니스 코트를 놀이터처럼 뛰어 다녔던 소년 정현.  

그로부터 16년 후, 그는 코트에서만큼은 자신이 주인공이라며 코트 안을 자유자재로 누비며 극도의 긴장감을 즐길 줄 아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지난 1월 호주 오픈에서 4강에 오르며 한국 테니스의 간판으로 떠오른 정현 선수는 세계 랭킹 23위(* 9월 11일, ATP(남자프로테니스) 투어 남자 단식 세계랭킹 기준)를 기록하며, 한국의 테니스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후 부상으로 고전했기에 심적으로 부담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것도 잠시. 오는 24일, 중국에서 열리는 ATP 투어 250 시리즈 청두 오픈을 통해 아시아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어느 때보다 파워 넘치고 설렘 가득한 모습이었다.

 

Q. 청두 오픈이 이제 곧 시작입니다. 준비는 잘 됐나요?

1년 내내 시합이다 보니, 아시아 시리즈라고 해서 특별히 준비하는 건 없어요. 올 시즌 시작할 때 팀을 새롭게 꾸려서 새로운 코치, 트레이너들과 훈련해왔는데요.

기술적으로 부족했던 서브도 교정을 통해 완성도를 점차 높여나가고 있고, 그 동안 다양한 시합을 거치면서 적용해왔던 작전들도 계속 보완해나가고 있어요. 특히 올해는 부상으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는데 남은 시즌만큼은 부상 없이, 후회 없이 마무리하는 게 목표예요.

 

Q. 정현 선수를 응원하고 있는 많은 팬들이 부상 걱정을 많이 했어요. 스스로도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 같은데.

부상으로 두세 달 정도 투어에 못 나가다 보니 심리적으로 조급해진 건 사실이에요. 그렇다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거나, 슬럼프에 빠진 건 아니에요. 지금은 얼른 시합에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함성 가득한 경기장에 서고 싶고, 그 순간이 주는 긴장감도 빨리 느껴보고 싶어요.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웃음)

▲ 시합을 앞두고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정현 선수

 

Q. 예전보다 경기장을 찾아주는 팬들도 많아졌죠?

확실히 전보다 많아진 것 같아요. 경기를 할 때 함성 소리를 들으면 제일 힘이 나는데요. 홈경기를 하는 것 같은 안정감도 들고, 자신감도 생기거든요. 응원해주시는 만큼 앞으로 더 파워풀하고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Q. 어릴 때부터 테니스를 해왔는데, 믿고 따르는 롤모델이나 인생 멘토가 있다면?

테니스 코트에서 뛰고 있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비롯해 지금까지 함께 했던 코치님들, 그리고 부모님까지. 저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롤모델이고, 인생 멘토에요. 그들에게 항상 영감을 받고, 자극을 받거든요.

 

Q. 모든 사람들로부터 배울 점을 찾는다는 거네요.

거를 건 거르고, 받아들일 건 빨리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웃음)

 

Q. 특히 자극을 받을 때는 언제인가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테니스는 불모지였잖아요. 그래서 아시아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제 또래 선수들이 잘 할 때 많이 자극을 받아요. 덩달아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저도 같이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Q. 테니스의 매력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제일 어려운 질문인데요. 그냥 코트에서 뛰는 것 자체가 즐거워요. 어디에서, 누구랑 붙든! 코트에 들어서면 제가 주인공이잖아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후회 없이 할 수 있다는 게 테니스의 매력이에요.

 

Q. 정현 선수에게 테니스란 인생 그 자체인 것 같아요. 테니스 무대 자체를 즐긴다는 느낌이랄까

저희 집 자체가 ‘테니스 집안’이에요. 아버지도 테니스 선수 생활을 하다가 감독을 하셨고, 저희 형도 저보다 먼저 테니스 선수를 시작했어요. 덕분에 어릴 때부터 놀이터 대신 뛰어놀았던 곳이 테니스장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쭉-! 제 무대는 테니스 코트일 거예요. 이 무대에서 해보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아요.

 

Q.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그랜드슬램 시상대에 서보는 게 꿈이었어요. 생각보다 빨리 달성할 수도, 더 느리게 달성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요. 될 때까지 할 생각이에요. 곧 다가올 2020 도쿄올림픽도 잘 치르고 싶어요.

▲ 언제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는 부모님

▲ 2020 도쿄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기운이 담긴 배지를 전달했다.


Q. 프로테니스협회(ATP)가 뽑은 ‘위기관리 능력 1위 선수’로 뽑히기도 했는데요. 위기의 순간에도 침착함과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다른 훌륭한 선수들도 많은데, 왜 제가 됐는지 잘 모르겠어요. (웃음) 사실 시합할 때 ‘위기’는 저한테만 찾아오는 게 아니에요. 다른 모든 선수들에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죠.

저는 그냥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고 그 순간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어떻게 계속 집중할지, 후회 없이 경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 지만 생각해요.

 

Q. 실력, 위트, 겸손함을 갖춘 완벽남으로 ‘테니스의 왕자’, ‘거물 사냥꾼’, ‘아이스맨’, ‘강철 멘탈’ 등 다양한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요. 가장 마음에 드는 애칭이 있다면?

‘교수님’이라는 별명이요. 처음엔 두꺼운 안경을 낀 모습이 마치 교수 같아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인데요. 냉정함을 잃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경기를 이끌어나가고, 자기 관리를 잘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가요.

 

Q. 그 차분함은 마인드 컨트롤에서 나오는 걸까요? 파워에이드 광고에서 “한다, 한다. 나는 될 때까지 한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습니다. 본인의 실제 좌우명이라고?

파워에이드 광고를 찍기 전에 브랜드 담당자 분과 대화를 나누게 됐는데요. “될 때까지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한다.”라는 제 좌우명에서 영감을 받아 카피로 활용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의 진짜 이야기가 녹아있는 만큼 더 애착이 가는 광고에요. 


 

Q. 실제 촬영해보니 어땠나요?

평소에 해보지 못했던 경험이라 많이 설렜고, 신기했어요. 휴식이라고 생각하면서 즐겁게 촬영했는데, 영상이 굉장히 잘 나와서 기분이 좋았어요. 저 빼고 다 너무 고생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얻은 촬영 꿀팁이라면, ‘시키는 대로만 하면 잘 나온다.’는 거? (웃음)

반대로 내레이션 작업할 때는 너무 무서워서 울 뻔했어요. 실수해도 괜찮다고 해주셨는데, 녹음부스 안에서 침 삼키는 소리까지 너무 크게 들려서 조마조마하더라고요. (웃음) 

▲ 파워에이드 CF 촬영 당시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웃는 정현 선수 


Q. 인스타 팔로워가 무려 14만 명인 ‘파워 셀럽’으로도 유명한데요.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너무 당연하게도 요즘 SNS 시대잖아요. 팬들과 소통하는 게 재미있고, 그 과정에서 힘을 얻기도 해요. SNS를 하는데 시간이 엄청 드는 것도 아니고, 그때그때 제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ATP 테니스협회에서도 팬들과의 소통을 적극 장려하며 SNS 활용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저도 그 교육, 받고 있습니다. (웃음)

 

Q. 여가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는지? 

특별한 건 없어요. 친구들을 만나거나, 집에서 그냥 쉬어요. 제가 해외에서 경기를 많이 하니까 여행을 많이 다닐 거라 생각하시는데, 막상 여행은 많이 못 갔어요. 경기 때문에 가는 거니까, 마음 편히 여행을 즐길 여유는 안 나더라고요. 시합 끝나고 맛있는 거 먹는 정도? 호주에 가도 테니스장에만 있다 오는 셈이에요. (웃음) 

 

Q. 좋아하는 음식은?

다 잘 먹어요. 특히 시합 전날에는 중국요리를 즐겨 먹어요. (옆에서 인터뷰를 지켜보던 어머니가 보쌈에 엄마표 김치를 싸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전해왔다.) 

 

Q. 정현 선수의 베프도 궁금해요! 

아무래도 해외에서 생활하는 친구들이 공감대도 맞아서 자주 연락하고, 의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축구 국가대표인 황희찬, 백승호 선수도 아끼는 친구고, 일본 테니스 선수인 오사카 나오미도 좋은 동료이자 친구에요.

 

Q. 정현 선수를 보며 테니스 선수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도 많은데요. 그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제가 아직 누군가에게 조언할 위치는 아니지만.. 아프지 말고, 즐기면서 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언젠가 우리가 경기장에서 만날 날을 기대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자!

 

Q. 먼 훗날,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은퇴했을 때 선수들한테 인정받고 존경받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사실 팬들이 선수의 진짜 모습을 알기는 어렵잖아요. 그 선수가 제대로 된 선수인지, 겉과 속이 같은지 다른지, 성실한지 등은 함께 생활한 선수들만이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선수들한테 인정받는 선수가 정말 존경받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제가 훗날 그렇게 기억된다면, ‘정말 후회 없이 잘 살았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파워의 끝에서 파워가 시작된다! 파워에이드 모델 정현 선수와 인터뷰를 마치며

 

올해 나이 22살. 아직 젊다. 그리고 어리다.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고, 그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어디까지일지 함부로 속단할 수 없다. 부상 이슈도 있지만, 멀리 보면 아주 잠깐일 뿐이다. 그는 오늘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자신만의 내공과 실력, 그리고 파워를 키워나가고 있다. 그 끝엔 과연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한국 테니스의 역사가 새롭게 써지는 순간들을 계속 지켜보고, 또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