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4월 23일. 코카-콜라는 역사상 가장 큰 위험을 감수했다.

99년간 유지해왔던 코카-콜라 레시피를 변경해 ‘뉴코-크’라는 신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엄청난 도전이었지만, 20만 명의 소비자 테스트까지 거친 제품이었기에 경영진 모두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코카-콜라에 전례 없는 비상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돼!!”

“코카-콜라가 너무 어리석은 선택을 했어.”

“본사 앞에서 시위하자. 우리 코-크를 원래대로 돌려달라고!”

 

사무실에는 수 천 건의 항의 전화가 걸려왔고, 뉴코-크 출시를 반대하는 집회와 서명 운동도 벌어졌다.

직원들은 그야말로 ‘멘붕’ 직전이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1985년 뉴코-크 사태. 그 전말을 되짚어본다.

 

99년간 지켜온 레시피 변화, 왜?

 

1985년 당시 코카-콜라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경쟁자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고, 코카-콜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선호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가만히 있다가는 한 번도 놓친 적 없었던 1위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몰랐다.

코카-콜라는 신제품 출시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고자 했다. 사람들의 입맛과 취향이 변하고 있다면, 코카-콜라도 그에 맞게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사실 1886년부터 99년간 지켜온 코카-콜라의 레시피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매우 도전적이고 두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더욱 철저하게 시장조사를 했고, 20만 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도 진행했다.

테스트 결과, 소비자들은 기존 코카-콜라와 다른 경쟁사 제품보다 뉴코-크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모든 것이 준비됐다고 판단했을 때,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뉴코-크 출시 소식을 발표하기로 했다.

“자, 이제부터 본때를 보여주자고!”

 

경영진들은 새로운 코카-콜라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들떠있었다.

 

뉴코크 광고 포스터
▲ 1985년 뉴코-크 출시를 알리는 광고 포스터

 

수 천 통 쏟아진 전화와 편지

 

따르릉-

뉴코-크 출시 발표 이후, 코카-콜라 직원들은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야 했다. 고객센터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 있는 사무실에 하루에 수 천 통씩 전화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주문 전화가 아니라 항의 전화라는 게 문제였지만.

소비자들은 모두 화가 나 있었다. 본사 건물에 근무하는 보안 직원부터 코카-콜라 직원의 이웃에 사는 사람까지 조금이라도 코카-콜라와 연결고리가 있다면 “왜 뉴코-크를 출시했냐”라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지나가다 영문도 모른 채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기존 코카-콜라를 더 이상 마실 수 없다는 불안감에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심지어 집 지하실을 오리지널 코-크로 가득 채운 사람도 있었다. 

언론과 TV, 옥외 전광판 등에서 뉴코-크 광고가 나올 때면 거센 야유가 쏟아졌다. 미국 전역에 항의 단체들이 생겨났고,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까지 벌어졌다.

1985 뉴코크 반대 시위

전국이 코카-콜라에 대한 불만과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

경영진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소비자 테스트에서는 분명 뉴코-크가 제일 맛있다고 했잖아?!”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해답은 소비자들의 이야기 속에 있었다.

아래는 당시 소비자들로부터 받았던 실제 편지들이다.

 

뉴코크 항의 편지

코카-콜라는 전통을 저버렸어요. 저는 다시는 코카-콜라를 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예요.

 

뉴코크 항의 편지

뉴코-크를 먹어봤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말 엉망입니다. 왜 오리지널을 바꾸려고 하는 건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네요. 왜 그랬어요??

저는 코카-콜라만의 독특한 맛을 좋아했는데, 이젠 정말 다른 음료와 다를 바가 없어졌어요. 너무 평범해요.

명성을 되찾고 싶다면, 다시 오리지널로 돌아와 주세요.

 

뉴코크 항의 편지

저는 오리지널의 짜릿하고 톡 쏘는 맛을 정말 좋아해요.

장담하건대 뉴코-크는 얼마 가지 못할 거예요. 오리지널 코-크를 돌려주세요!

 

뉴코크 항의 편지

실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세요. 그리고 "진짜 코카-콜라"를 돌려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경쟁사들과의 싸움에서 지고 말 것입니다.

 

뉴코크 항의 편지

사람들은 오리지널 코-크가 가진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이지 유행을 좇아가는 걸 원하지 않아요.

오리지널 코-크엔 스토리가 있고 추억이 있어요. 하지만 뉴코-크엔 그런 것들이 없죠.

제발 우리에게서 오리지널 코-크를 빼앗아가지 말아주세요.

 

* 코카-콜라의 애칭인 “Coke(코-크)”도 팬들이 만든 용어다. 

 

코카-콜라에 얽힌 추억을 이야기하다

 

사람들은 무조건적인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코카-콜라가 자신들의 삶에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로 인해 얼마나 허탈함과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었다.

첫 데이트에서 코카-콜라와 함께 했던 이야기, 학교 마치고 집에 왔을 때 냉장고에 가득했던 코카-콜라를 보며 즐거워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 제2차 세계대전 중 마셨던 코카-콜라가 얼마나 큰 힘이었는지..

저마다 코카-콜라에 얽힌 추억들을 꺼내놓았다.

그랬다. 사람들에게 코카-콜라는 그냥 단순한 음료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시간이자, 추억이었다.

항의 전화를 하고, 편지를 보내고, 서명 운동을 하고, 시위를 벌인 것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

살다 보면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 뒤늦게 그 소중함을 깨달을 때가 종종 있는데, 코카-콜라와 팬들에게 1985년이 딱 그랬다.

 

다시 돌아온 코카-콜라

 

마침내 1985년 7월 11일. 당시 코카-콜라 회장이었던 돈 키오(Don Keough)는 코카-콜라의 복귀를 알리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뉴코-크를 출시한 지 정확히 79일 만에 기존의 코카-콜라를 “코카-콜라 클래식(Coca-Cola Classic)”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후에 뉴코-크는 “Coke Ⅱ”로 이름이 바뀌었고, 결국에는 단종되었다.)

전국에 있는 코카-콜라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전국 뉴스와 신문에는 코카-콜라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앞다투어 실었다. 발표 직후 이틀 동안 무려 31,600통의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당시 근무했던 직원들은 약 두 달 반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코카콜라 클래식 발표

1985년 이 사건은 탄산음료 업계의 판도를 발칵 뒤집어놓기에 충분했다. 코카-콜라의 인기는 새로운 정점을 향해 치솟기 시작했고,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는 더욱 굳건해졌다.

우리가 계획했던 방향은 아니었지만, 업계를 한 바탕 뒤집어놓으려던 계획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일부 비평가들은 뉴코-크 출시를 두고 코카-콜라의 마케팅 실수라고 이야기했고, 일부 냉소주의자들은 이 모든 것이 코카-콜라의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당시 코카-콜라 회장이었던 Don Keough(돈 키오)는 이렇게 대답했다.

 

 

"진실은 저희가 그렇게 바보도 아니고,

그렇게 똑똑하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실수를 통해 깨달은 것

 

어쨌든 뉴코-크가 코카-콜라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되어준 것은 분명하다.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뼈저린 교훈도 얻었다.

브랜드의 주인은 회사가 아니라 소비자라는 것. 그리고 팬들과 소통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이다.

30년이 지났지만 뉴코-크가 주는 교훈은 지금까지 코카-콜라의 다양한 마케팅 캠페인과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